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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논나

밀라논나 그녀는 요즘 내가 가장 애정하는 유투버다. 차오 아미치 (Chao Amici)라고 구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밀라노 할머니가 오늘은~”이라고 본인을 할머니라 지칭하는 60대 할머니이지만, 그냥 할머니가 아니라 진짜 멋쟁이 할머니다! 밀라논나 채널의 영상을 보면 패션 관련 일에 종사했었던 본인의 이전 직업적 특성을 살린 자라(ZARA)에서의 코디대결부터, 이태리식 김치 담그기라던지, 밀라노 아침 루틴 등 일상 브이로그도 올라온다. 나도 여러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지만 그 어떤 채널도 올라온 모든 영상을 전부 다, 끝까지 본 적은 없다. 논나의 채널 내 영상이 많지는 않지만, 그녀가 올린 영상을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봤다. 그것도 댓글까지..! 그녀의 채널이 좋은 몇 가지 이유 1. 자신의..

카테고리 없음 2019.12.12

내동생

오늘 집에와서 저녁을 먹는데 식탁 위에 낯익은 엄마글씨로 여러 메뉴가 적힌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엄마 이거 뭐에요? OOO (동생이름) 오면 해주려고?” “응~~” “OOO이 좋아하겠네. 근데 뭐 이렇게 많이 준비해요..” 작년 여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방학을 맞아 잠깐 한국에 들어오게 된 아들에게 이것저것 해주고 싶으신 음식이 많은 모양이다. 나에게는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26살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벌써 4살된 딸을 둔 어엿한 아빠이기도 하다. 동생하면 여러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새로운 환경에 가면 유독 긴장을 많이 하는 동생은 군입대를 위해 논산훈련소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빳빳하게 굳은 표정으로 원래도 까만 얼굴이 더 까매져 있었다. 엄마가 동생이 좋아하..

카테고리 없음 2019.12.11

소소한 행복

오늘은 월 1회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이 가능한 패밀리데이 날이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나선 시각은 오후 4시 30분 경. 퇴근길 휴대폰으로 밀린 웹툰을 보고 기사 몇 개를 찾아 읽었더니 어느 새 집근처까지 왔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휴대폰을 봤더니 5시 35분을 지나고 있었다. 6시 훨씬 전에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비적비적 웃음이 새어나왔다. 집에 도착해서 어느새 부쩍 자라있는 손톱을 가지런히 잘라주고, 늘 구석에 모아뒀다 나중에 빨던 스타킹도 손세탁 한 후, 탈수를 돌렸다. 드라이크리닝이 끝난 앙고라 가디건도 옷걸이에 걸어두고, 세탁비를 엄마에게 이체했다. 엄마와 잠깐 담소를 나눈 후, 때마침 일찍 끝난 남자친구가 집 앞으로 와서 함께 이른 저녁을 먹으러..

카테고리 없음 2019.12.11

시편의 위로

올해부터 하루에 한 장씩 꾸준히 성경을 읽고 있다. 성경에 많은 말씀이 있지만, 마음이 어려울 때 내가 제일 먼저 찾는 성경 말씀은 바로 시편이다. 시편은 인간 삶의 모든 희로애락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미래의 삶을 걱정하는 나에게 하나님은 이 말씀으로 큰 위로를 주셨다.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의 행하신 기적이 많고 우리를 향하신 주의 생각도 많도소이다 내가 들어 말하고자 하나 주의 앞에 베풀 수도 없고 그 수를 셀 수도 없나이다” (시편‬ ‭40:5‬ ‭KRV‬) 나를, 우리를 향한 주의 생각이 수를 셀 수 없을만큼 많다고 하신다. 이 말씀이 눈에 들어오자 미래에 대한 염려가 잦아 들었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시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시편은 성서 ..

카테고리 없음 2019.12.10

아빠 입원 그 후, 몇가지 단상

아빠는 다행히 뇌쪽 문제가 아닌 걸로 판명이 나서 내일 대장 내시경 검사 진행 후 별 이상이 없으면 퇴원하실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 몇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1. 살고 죽는 일 앞에 모든 생의 고민은 부차적인 것이 되버린다. 사실 어제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전 나는 남자친구에게 아파트 타령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에 만난 친구 한 명이 이번에 서울에 집을 샀는데 벌써 몇 천이 올랐다더라로 시작된 이야기는 분양은 점수 때문에 될 가능성이 낮으니 오래된 아파트라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로 전개되어 네이버 부동산에 몇 개 아파트를 검색한 후 얘도 올랐네, 쟤도 올랐네로 한숨을 쉬며 마무리되었고, 차 안은 냉냉한 기류만이 흘렀다. 그 정적은 아빠가 응급실에 가고 있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어..

카테고리 없음 2019.12.09

아빠가 입원했다

남자친구와 근교 카페에 가기 위해 이동 중인데 부재중 전화가 엄마에게 와있었다. 이 시간에 엄마가 왜 전화를 했지? 라고 생각하며 다시 전화를 하니 아빠가 집에 혼자 계시다가 몸이 너무 아파서 119를 불러 응급실로 이동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엄마도 지금 응급실로 가는 중이라고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연락했다는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진짜 눈물이 후두둑 났다. 알겠다고 나도 바로 간다고 얘기하고 우리는 바로 다시 차를 돌려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괜찮을꺼야. 아무 일 없을꺼야. 걱정되면 기도하자’ 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지난 주 내내 아빠가 설사가 났던 것, 머리가 아플 때가 많았던 게 자꾸 생각나면서 ‘하나님, 우리 아빠 벌써 데려가시면 안되요..지..

카테고리 없음 2019.12.08

사하라 사막의 밤

​​ 사하라 사막의 밤이란 제목의 아프리카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왔다. 아프리카 음악하면 시끌벅쩍하고 엄청난 리듬감으로 둥기둥가하는 느낌일 줄 알았는데, 서정적인 리듬이 계속 이어졌다. 오늘 친구들과 나까지 셋이서 연말모임을 하는데, 단톡에서 친구 한 명이 이런 공연이 있는데 보러가지 않겠냐고 해서 포스터 느낌이 넘 좋아서 바로 오케이를 외치고 사실 여기 나오는 공연자들이 진짜 뮤지션인줄도 몰랐다. (밥이 포함된 공연이 친구가 보내준 공연 정보에서 메뉴만 스캔했던 나란 녀자) 저 모로코, 이집트 사람이 어쩌다가 한국까지 흘러와서 신촌에 가까운 홍대 골목 구석 지하 1층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다른 외국인들은 어떻게 여기에 모이게 됐을까? 브레이크 타임에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그루브를 타는 사람, 부르스를..

카테고리 없음 2019.12.07

인류애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몇일 전 점심시간에 부서 분들과 점심을 먹는데, 최근 야근과 휴근(휴일근무)을 그것도 상사 프로젝트를 떠맡아 밥먹듯 하고 계시는 한 분이 12월 말에는 드디어 몇 일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류애를 회복하고 올께요.’ 우리 모두는 그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누구보다 그 분이 얼마나 억울하게 상사가 싸놓은 똥을 치우고 있는 줄 알기에. 너무 바쁜 건 나쁜거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잦은 야근은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자꾸 내 주변 동료들을 미워하게 만들고, 내가 하는 일이 가치없는 일로 느껴지게 만든다. 지금도 어디선가 인류애를 잃어가고 있을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당신 잘못 없다고 지금껏 충분히 수고했노라며 어깨를 도닥여 주고 싶다.

카테고리 없음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