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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결혼을 하려는 걸까?

구르미그린달빛아래 2020. 1. 15. 22:25

아직 날짜를 잡지 않았지만 올해 6월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오늘 일하는 틈틈이 웨딩업체 담당자와 웨딩홀 투어 연락을 주고받아 최종 상담예약을 확정지었고, 주말에 6곳의 웨딩홀을 둘러볼 예정이다.

퇴근길 내내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정보를 리스트업하고, 집에와서는 옷갈아입고 밥먹고 씻은 후 바로 노트북을 켜고 앉아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이크업 정보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심지어 내가 관심있는 메이크업 업체의 일반인 신부의 본식 메이크업 후기 사진 위주로 캡쳐떠서 파워포인트에 저장까지 .)

한 30분 정도 찾으니 뭔가 지쳐서 평소처럼 남자친구와 통화를 했는데..내가 찾아본 메이크업 관련 정보를 쏟아내며 어떤게 괜찮냐고 물으니 그의 반응이 어쩐지 뜻뜨미지근하다.

“아니 오빠는 왜 반응이 그래?”
“나는 메이크업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래도 내가 봤을 때 괜찮아 보이는 거 얘기는 했잖아요.”

평소 통화할 때의 까르르하며 끊이지 않던 웃음소리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고, 질책하는 나와 변명하는 남자친구만이 남은 느낌이었다.

“오늘 전화하는 내내 결혼준비 얘기만 할꺼에요?”
“아니, 지금 이게 제일 중요한데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다구요. 이제 시작인데.”
“우리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오늘 너무 평소랑 다른 거 같아요.”

아니 아직 본격적 준비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듯해보이는 남자친구와,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답답함과, 뭔가 지금 나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 불공평함을 느끼며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시 서로를 도닥이며 통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걸까?
남자친구 말대로 이 사람과 행복하려고 하는건데..

‘인생의 한번 뿐인’ 결혼식에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쳐서 진짜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사실 결혼식은 이벤트이고 결혼을 해서 잘 사는게 더 중요한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내 인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인데!!!! 라는 생각도 들고.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타임>의 결혼식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