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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감의 장점

구르미그린달빛아래 2020. 1. 14. 22:37

올해로 37살이 되었다 (만으로 35, 만 나이를 따진다는 게 이미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다.)

20대 초반, 아니 30살만 봐도 부러운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이런 면에서 좋기도 하다.

1. 내 패션 취향을 좀 더 분명히 알게 된다.
 
중학교 때부터 내 옷은 내가 직접 쇼핑하고 선택했다. 10대와 20대 초,중반 수많은 쇼핑실패 (사 놓고 손이 잘 안 가거나, 단독으로는 예쁜데 색깔 맞추기가 어려워서 결국 안 입게 되거나)를 거치며, ‘나의 스타일을 파악하게 되었다. 지금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옷을 산다기 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들를 일이 있을 때 지나가다 쓰윽 하고 스캔하기만 해도 몇 개 옷이 레이더망에 걸리고 그 중 입어보고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하곤 한다. 오프라인 쇼핑 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 또한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주문하면 거의 실패가 없다

2. 내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비단 패션 취향 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언제 기분이 좋은 지, 어떨 때 마음이 상하는 지,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하면 괜찮아 지는 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은 뭔지, 날 가장 화나게 하는 건 뭔지 등등..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고 여러 상황에 놓이면서 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류되어 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싫어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되며,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3. 업무적으로 어떤 일을 해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를 만 11년 넘게 다니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어떤 종류의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한 분야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일의 개념과 체계가 잡히게 되었고, 일하는 속도도 무척 빨라졌다. 다양한 산업분야를 경험하다보니 지겨움이 상대적으로 덜해서 긴 세월 동안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4. 생각을 보다 빨리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새해가 오면 늘 새해 계획을 세웠지만 지키지 못한, 아니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계획이 훨씬 많았다. 해보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어 망설이거나, 어떤 식으로 할까 머리 속으로 고민만 하다가 흘러보낸 적이 많았다. 생각을 보다 빨리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게 정확히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것 저것 시도하는 가운데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은 꾸준히 하게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게 계기라면 계기 일 수도 있다.
 
직장을 다니며 이런 걸 배워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던 걸 많이 시도해봤다. 피아노 배우기 (2개월), 노래 배우기 (2개월), 일본어 배우기 (1개월), 코딩 배우기 (1.5개월), 바이올린 배우기 (8개월), 중국어 배우기 (8개월) 등 혹하는 관심으로 시작한 대부분의 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도해 봤기에 아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분야는 아니었구나하고 알게 된다.
 
하지만, 필라테스와 미술처럼 오랫동안 지속하며 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배움도 만나게 되었다. 내가 마음 속으로만 망설이고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이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했을 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작년 11월부터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여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잘되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어쨌든 매일 쓰는 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글을 써오고 있다.
 
이런 경험치가 쌓이며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시도해 보는 쪽으로 성향이 바뀌었다.

40, 50, 60대가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깨달음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