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무대체질이 아니다. 앞에 나가서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하거나(사실 노래를 하는 기회는 드물지만) 하면 늘 긴장이 된다.
오늘 회사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미리 인사부서에서 연락을 받았기에 내가 수상자 중 한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수상을 하겠다고 사회자가 말하는 순간부터 내 이름이 불리기까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수상소감을 말할 때도 목소리가 떨리진 않았지만 평소에 나는 아닌 것처럼 내 스스로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런 자리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하며 유머까지 곁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부러웠지만, 요즘은 대중 앞에 서야할 때 긴장을 하는 나도 나라는 사람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사실 모인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나치는 순서의 하나일뿐, 거기 모인 그 누구도 내 수상소감에 관심을 기울이진 않을꺼라는 걸 알기에. 그리고 좀 긴장해서 버벅인디한들 그것 때문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나중에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나 혼자 이외에는 없다는 걸 알기에.
직업의 특성 상 1년에 수차례 고객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작년에도 돌이켜보면 CEO나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PT부터 팀장,실무진 급을 대상으로 한 PT까지 10번 정도 크고 작은 PT를 했던 것 같다.
프리젠테이션은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질의응답을 포함하여 2시간 가까이 진행하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프리젠테이션은 떨리지 않는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는 내용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때의 부담감은 있고,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왔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있지만 최소한 심장이 쿵쾅대거나 떨리진 않는다. CEO 등 높으신 분이 와도 마찬가지다.
1분도 채 안되는 수상소감은 떨렸는데 프리젠테이션은 떨리지 않는 이 차이는 무엇일까?
1.경험의 차이
-프리젠테이션은 입사 이후 1년에 적게는 3-4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 다양한 고객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계속 해왔다. 지속된 경험이 있기에 긴장되지 않는 게 아닐까?
2.준비의 차이
-프리젠테이션은 기본적으로 내가 자료를 준비한다. 내가 잘 아는 내용이기에 설명하는 게 어렵지 않다. 수상소감도 나의 감정을 설명하는 거이긴 한데, 내 감정을 나에게 관심없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말한다는 게 긴장을 불러일으키나보다.
3.관객의 차이
-보고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내용에 기본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고, 오늘 시무식에 온 사람들은 이 시무식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화자인 내가 그걸 알고 있는 게 나의 긴장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4.무대의 차이
-지금까지 진행했던 모든 보고회는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크든 작든 사무공간안이었고, 사람들은 보통 10명 이하, 아주 가끔 30명쯤 모일 때도 있었다. 오늘 시무식은 아주 큰 공간에서 전 직원 몇 백명이 모여서 진행했기에 긴장되지 않았을까?
오늘의 글은 ‘어? 왜 내가 긴장하고 있지?’하는 나에 대한 아주 사소한 관찰에서 시작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