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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구르미그린달빛아래 2019. 12. 26. 20:37

2018,2019,2020년 일기장

 

나는 올해로 2년째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한 달에 20일 정도는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일기를 쓰게 된 건 사실 우연한 계기에서 출발했다. 17년 11월쯤인가 알라딘 앱에 어떤 책을 주문하러 들어갔다가, 특정 도서를 포함해서 5만원 이상의 서적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무민 다이어리를 준다는 프로모션을 봤는데, 다이어리가 너무 취향저격인거다. 책을 추가로 더 사서 그 다이어리를 받게 되었다. 왠지 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다이어리를 사서 일기를 썼던 적이 있긴 했다. 23살 교환학생 시절 나름 꾸준히 일기를 썻고 그 이후에는 주로 마음이 힘들 때 마음을 풀어내기 위해 뭔가 간헐적으로 쓰곤 했다.

만으로 꼬박 2년 가까이 일기를 쓰면서 주변에 친한 사람들에게 일기 써보기를 권하곤 했는데 일기를 쓰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1.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사람마다 일기 쓰는 방식과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하루의 삶을 돌아보며 일어났던 여러 사건과 내 감정, 그리고 거기서 느낀 점을 주로 적곤 한다.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일일 지라도 꾸준히 기록하다보면, 내가 뭘 할때 기쁜지, 어떤 상황에서 마음이 좋지 않은지,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화가 나는 지 등 나의 성격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 수 있게 된다.

2.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기는 화자도 나고 독자도 나다. 누가 보지 않기에 어려운 말을 쓸 필요도, 미사여구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적어내려가다보면 표면적 감정이 아닌 내 진짜 마음과 생각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예뻐하는 후배와 회사에서 점심을 먹은 일기를 쓰다가 그 친구를 예뻐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지만 그 친구가 100퍼센트 편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된다거나, 어떤 결혼식을 갈까말까 고민하는 과정을 쓰다가 내가 그 결혼식을 가고싶지 않은 진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회사의 누군가 때문에 열받은 내용 또한 자주 등장하는 일기 내용 중 하나인데 적다 보면 또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적다보면 내 자신도 돌아보면서 때론 반성과 다짐도 하게 된다.

3.내 삶의 히스토리가 쌓인다.
-기뻤던 하루, 속상했던 하루, 그저 그랬던 하루, 너무 바빴던 하루, 피곤했던 하루, 열받았던 하루, 마음이 아팠던 하루,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내 삶이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굵직한 일과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정도의 희미해진 기억이 남을 뿐이지만, 기록하게 되면 내 삶의 히스토리가 활자로 남게 된다. 아주 가끔 그간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볼 때가 있는데 글을 읽으면 정말 그때 그 사건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번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시간이 흘렀기에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일기쓰기가 삶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이후, 매년 11월 즈음이면 다음 해에 쓸 다이어리를 고심해서 고르게된다. 1년 내내 함께 할 물건이기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아이’를 사고 싶어서!

내년 나와 함께 삶의 희노애락을 나눌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