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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있다고 착각했던 것들

구르미그린달빛아래 2019. 12. 14. 22:33

작년 삼일절, 아이스 라떼가 맛있는 동네 카페에 가서 한가로운 휴일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에 킨포크 잡지가 있길래 가져다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거다. 한 편의 글을 읽어내려가며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고, 또 다른 글을 읽을 땐 마음 속으로 찬탄을 해가며 ‘이런 시도 정말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글을 읽는데 마음이 꽉 차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지는 휴일 오전, 아직 사람이 차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로운 카페 안, 마음을 울리는 여러 편의 글, 커피향과 우유맛의 조화가 완벽한 아이스라떼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조합이었다.

이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킨포크를 정기구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검색을 해보니 계간지 (계절에 따라 네 번 발행하는 잡지)이고, 1년 정기구독이 5만 얼마쯤 되었다.

몇 일이 지나고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입금을 한 후 잡지가 오길 기다리다 생활이 바빠지면서 내 마음 속에서 킨포크는 잊혀졌다. 정작 첫 번째 킨포크가 도착했을 때 다음에 읽어야지 생각한 후 페이지도 들추지 않고 책장에 그대로 꽂아버렸다. 두 번째, 세 번째권이 도착했을 때도 나란히 책장에 꽂히고 말았다. 네 번째 잡지가 도착했을 때 왠지 한번쯤은 이 잡지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겨 펼쳐 보았으나 이내 덮고 말았다.

킨포크 정기구독을 신청할 때만해도, 3개월에 한 번씩 이런 글을 읽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가 앉힌 채 잠들어있다.

킨포크를 처음 만났을 때 그 감성은 지금도 기억 저편에 간직될만큼 강렬했다. 하지만 그때의 그 감성은 여러 복합적 요소의 산물이란 것을 나는 정기구독을 해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진짜 관심있는 지 없는 지는 결국 해봐야 안다.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속해서 해 나가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