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는 내년 1월부터 내가 속한 부서의 조직개편이 된다.
입사 후 가장 큰 변화 앞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지난 밤 새벽 4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 오늘 오후에는 A파일을 열어야지 생각하며 B파일을 열고, 데이터를 계속 잘못 보고 집중이 되지 않는 멍한 상태가 이어졌다. 오늘 보내야 하는 보고서를 고객에게 발송한 후 과감히 업무를 접고 퇴근을 한 후 오랜만에 주중 데이트를 했다.
뜨끈한 쌀국수 국물 한 술에 몸을 녹이고, 회사의 이런 변화와 어떻게든 매출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윗선이 너무 싫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나를 따뜻하게 응시해주는 그의 눈맞춤에 마음을 녹인다.
회사를 다닌 지 어언 10년이 넘어가며 내가 흙수저가 아니었다면 원할 때 언제든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회사를 때려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인생의 목표인 사람도 아니고, 돈많은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았지만,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 스스로의 시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장래를 걱정하지 않고 회사를 과감히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요즘은 점점 부러워지고 있다. (결국 이게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는걸지도.)
여전히 지금하고 있는 일이 좋고, 일하는 보람과 보고서가 완성되었을 때의 희열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매출만 채우고보자는 식의 조직통폐합과 회사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을 본인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직원에게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윗선의 행태와, 밀려드는 업무 앞에서 과연 앞으로 얼마나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계속 들곤한다. 그리고 이 회사를 나오면 난 과연 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런 고민들.
이직이 정답일까? 작은 사업? 프리랜서? 모두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렵기만 하고 지금은 작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주 막연한 생각만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내가 진짜 하고싶은 게 뭔지, 어떤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지, 내가 잘하는 건 뭔지,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뭔지 오늘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