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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드링커

구르미그린달빛아래 2019. 11. 27. 08:25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 상대는 생각도 않는데 가능성도 없는 일에 혼자 기대감을 품는 것을 비꼬는 말.

나는 김칫국 드링커다.
마치 소개팅 하러 나가서 본 남자가 마음에 들자 그 남자와 애 낳고 사는 생각을 하는 수준으로, 뭔가 대화를 나누거나 이런 걸 해볼까 혼자 생각하다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미 그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제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그가 경기 모처에 특별분양이 나온 걸 넣었고, 이번 주 목요일에는 용산에 나오는분양을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분양사 홈페이지 들어가서 메인 화면에 아파트 전경을 보니 진짜 내가 꿈꾸던 아파트였다. 내가 곧 김칫국을 마시며 “이거 만약 되면 우리 둘 다 대출을 풀로 끌어다써도 빠듯할텐데 어떡하지?”하니까 그가 ”우리 아직 되지도 않았어”라며 웃는데 또 시작됐네 라는 뉘앙스가 묻어 나온다.


사실 이 분양 건은 서울의 워낙 핫 한 지역에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라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엄청난 경쟁률을 보일꺼라 예상되고,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는 우리로서는 무주택기간 밖에 가점 받을 게 없는 상황+그는 경기도에 살기에 사실 오늘 서울 지역 거주자 대상 청약이 마감되면 사실상 도전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왠지 그 개미구멍만한 로또 당첨 확률의 그 기회가 우리에게 꼭 올 것만 같은 밑도끝도 없는 이상한 확신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 밤 자꾸자꾸 김칫국을 마시며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상상을 했다.

뭐 상상은 자유니까. 그리고 그 상상하는 그 순간이라도 행복했으니까. 그래도 청약 넣어볼 기회라도 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