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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구르미그린달빛아래 2019. 12. 11. 22:33

오늘은 월 1회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이 가능한 패밀리데이 날이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나선 시각은 오후 4시 30분 경.

퇴근길 휴대폰으로 밀린 웹툰을 보고 기사 몇 개를 찾아 읽었더니 어느 새 집근처까지 왔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휴대폰을 봤더니 5시 35분을 지나고 있었다. 6시 훨씬 전에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비적비적 웃음이 새어나왔다.

집에 도착해서 어느새 부쩍 자라있는 손톱을 가지런히 잘라주고, 늘 구석에 모아뒀다 나중에 빨던 스타킹도 손세탁 한 후, 탈수를 돌렸다. 드라이크리닝이 끝난 앙고라 가디건도 옷걸이에 걸어두고, 세탁비를 엄마에게 이체했다.

엄마와 잠깐 담소를 나눈 후, 때마침 일찍 끝난 남자친구가 집 앞으로 와서 함께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고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다 무심코 휴대폰을 봤는데 7시 35분. 평소대로라면 집에 막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행복해졌다.

평소보다 고작 1시간 30분 일찍 끝났을 뿐인데 괜시리 기분이 좋고 평소 귀찮아했던 스타킹 빠는 일조차 마음이 여유로워서인지 ‘일’로 느껴지지 않더라.

업무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일상을 돌아보고 삶의 여유를 찾는 법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오늘 밤은 이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